가을 설악산

지난 해에 이어 올해 가을도 어김없이 설악산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설악동 소공원에서 출발하여 비선대-마등령삼거리-공룡능선-신선대-무너미고개-희운각대피소(1박)-대청봉-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비선대-설악동 소공원 順. 사실 소공원까지 자가운전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같아야 하므로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첫째 날 오후 늦게부터 비가 꽤 내렸고 공룡능선을 지나 1박 장소인 희운각대피소 도착하기까지 카메라를 포함한 11.5kg의 배낭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일찍 어두워진데다가 등산로까지 비로 미끄러워…

산 길

산 속으로 이어진 길에 나를 맡기면 나란 존재는 길 어귀에 남겨지고 나 아닌 누군가가 마냥 이 길을 걷는 듯 합니다.   청량한 바람이 얼굴에 스치우고 감미로운 데시벨의 소음과 하늘거리는 나뭇잎의 손짓 사이 따사로운 햇살은 등 뒤로 쏟아지고…   희게 비워진 영혼, 나는 누군가가 되어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북한산에 오르다.

가끔 높은 곳에 올라 시력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살피곤 합니다. 운좋은 날, 먼지없는 청명한 날에는 하늘과 땅의 경계까지 이르는 호사를 누립니다. 우리 눈을 가리우는 것이 어디 매연과 미세먼지 뿐 일까요. 신기루같은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쫓는 일 대신 가끔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별을 느껴보는 여유와 행복이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