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 영역인 줄 착각하고 살았다. 난 그 곳에 내 깃대도 꽂고 나름의 땀을 쏟으며 단장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을 거치며 내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들은 점점 늘어나고 차츰 생경스럽게 변하여 갔다. 그리고 어느 때에 이르러서는 내 헌신을 주장할 아무런 흔적도 그 곳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는 돌아서야 할 때인가 보다.

고양이

고양이와의 만남은 신선하고 놀랍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신호와 방식으로 내게 대화를 청하곤 한다. 이 미묘한 생명체와의 만남은 딸들과의 조우를 기억하게 한다. 나는 어리숙했고 어설펐지만 내 딸들은 꾸밈없는 웃음과 동작으로 내게 다가온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내게 멀어진 그 날들을 떠올리며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