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도(5-4)

두번째 숙소는 제주도 동쪽을 살펴 볼 계획으로 성산근처에 있는 성산우리집펜션으로 정했습니다. 네째 날,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녁 어스름에 광치기해변으로 향합니다. 명색이 성산일출봉인데 일출은 사라지고 여행기간 내내 따라다녔던 먹구름이 새벽부터 동행합니다. 무자비한 바람은 바다위로, 사방으로 내달리며 사물들이 지면에 얼마나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지 시험해 보는 듯 합니다. 용눈이오름은 때마침 휴식년이라 출입이 금지되어 먼 발치서 구경만 하고 돌아섭니다.…

겨울 제주도(5-3)

세째 날, 우연히 들른 한 카페입니다.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와 말 목장이 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서늘한 안개 자욱하고 이런 날 혼자서 뭔 청승인가 싶은데 이러한 기억도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시간’에 곰삭히면 그럴듯한 추억으로 바뀌려나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을 가진 사려니 숲길…혼자 사색하며 걷기 좋은 곳 입니다. 겨울에는 동백을 빼놓을 수 없어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으로 향합니다. 봄에는…

겨울 제주도(5-2)

이틀 묵을 숙소는 제주공항과 멀지 않은 아이진호텔 입니다. 둘째 날, 일찍 일어나 한라산 등반을 시작합니다. 한라산 등반을 위해서는 한라산국립공원 탐방로 예약시스템에 하루전에 예약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코스는 관음사코스와 성판악코스가 있습니다. 성판악코스는 길지만 오르는 길이 편하고 관음사코스는 짧은 대신 가파른 경사를 견뎌야 합니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모두 관음사 탐방로로 정했는데 성판악-관음사, 관음사-성판악으로 하는 것이…

겨울 제주도(5-1)

코로나로 미뤄왔던 휴가를 떠납니다. 여름에만 다녀와서 그런지 제주도에 대한 기억은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덥고, 번잡하고, 비싸고…그러나 코로나 상황이라 제주도는 서울에서 떠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라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이다’라는 강박이 생겨 물리적 거리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멀리 가야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풍광과 마주하게 되고 그로 인해 둔해진 오감이 자극받는…

북한산 운무

간간히 내리던 비도 그치고 공기도 청량하여 새벽녁 서둘러 북한산에 오릅니다. 나무 잎과 등산로는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고 습도도 조금 높아 후덥지근 하지만 보상이라도 하듯 간간히 운무가 피워오르더니 비봉에 다다랐을 즈음 절정에 이릅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봉우리 사이로 운무만이 자유로이 피워오르고 또 바람에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산의 모습에 변화를 줍니다. 늘 같은 듯 하지만 다르고 또…

5월

피고 지고 또 피지 못하는 것은 인생 뿐이라 대자연의 무한한 반복성에 질릴 법도 하지만 어두운 긴 터널 끝에 광명한 빛을 맞이하는 어린 아이처럼 늘 설레임으로 이 계절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소망하는 것처럼 5월의 색과 바람과 향기가 심연에 갇힌 슬픈 기억의 몇 타래를 겉어낼 수 있을까요?

대청호의 새벽

아주 가끔은 치밀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잔잔한 호수가 생각나 무작정, 즉흥적으로 나선 곳인데, 대청호 도착 즈음 카메라와 삼각대로 중무장한 한 무리의 사진 동호인들과 우연히 조우하여 그들이 향하는 곳으로 덩달아 따라 나섭니다. 역시 멋진 스팟에 다다르고 기대 이상의 풍경은 잠을 설치고 분주히 먼거리를 달린 보상으로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동호회 명칭 등도 모르지만 의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