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설악산

지난 해에 이어 올해 가을도 어김없이 설악산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설악동 소공원에서 출발하여 비선대-마등령삼거리-공룡능선-신선대-무너미고개-희운각대피소(1박)-대청봉-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비선대-설악동 소공원 順. 사실 소공원까지 자가운전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같아야 하므로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첫째 날 오후 늦게부터 비가 꽤 내렸고 공룡능선을 지나 1박 장소인 희운각대피소 도착하기까지 카메라를 포함한 11.5kg의 배낭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일찍 어두워진데다가 등산로까지 비로 미끄러워…

산 길

산 속으로 이어진 길에 나를 맡기면 나란 존재는 길 어귀에 남겨지고 나 아닌 누군가가 마냥 이 길을 걷는 듯 합니다.   청량한 바람이 얼굴에 스치우고 감미로운 데시벨의 소음과 하늘거리는 나뭇잎의 손짓 사이 따사로운 햇살은 등 뒤로 쏟아지고…   희게 비워진 영혼, 나는 누군가가 되어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북한산에 오르다.

가끔 높은 곳에 올라 시력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살피곤 합니다. 운좋은 날, 먼지없는 청명한 날에는 하늘과 땅의 경계까지 이르는 호사를 누립니다. 우리 눈을 가리우는 것이 어디 매연과 미세먼지 뿐 일까요. 신기루같은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쫓는 일 대신 가끔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별을 느껴보는 여유와 행복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고창 선운사 꽃무릇

석산(石蒜) 또는 꽃무릇. 꽃대만 길게 자라다가 끝 부분에 꽃이 피고 나중 잎이 나올 때에는 꽃은 이미 지고 없어서, 꽃과 잎이 만날래야 만날 수 없다하여 꽃 말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 이라나 뭐라나… 한 친구는 이 꽃에 대해 ‘피처럼 붉은 색이 처연하다’라 하였는데 꽃 말과 자태를 보노라면 딱 맞는 표현인 듯 싶습니다. 생김새도 그렇고…

강화도 장화리 일몰

붉게 타오르더니 이내 먹물같은 어둠이 내려 앉고 사람의 마을 경계에 서있는 불빛들과 하늘의 별 너댓 개가 반짝일 뿐이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면 구경 왔던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를 뜨지만 정작 멋진 광경은 맨 아래 사진과 같이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다음입니다. 숙연히 검붉은 피를 흘리며 종말을 고하기라도 하듯 진하디 진한 선홍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며 화려하게…

오늘도 노을이 붉다.

어느 새 폭염도 기세가 꺽이고 조석으로 선선한 느낌입니다. 비 그치고 적당히 바람도 불어 쾌적한 날에 노을 구경하며 소일하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저녁 무렵이면 습관처럼 베란다에 서서 오늘의 노을이 어떠할까를 살펴보곤 합니다. 아파트 틈새로 붉은 색을 조금씩 드리울 때면 어김없이 자유로와 인접한 저수지로 향합니다. 누군가는 늘 같은 노을에 뭘 그리 감탄하고 집착하냐고 타박을 하지만 저에게 노을은…

미세먼지 사라진 날 강원도 속초 동명항

겨울 끝무렵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밀폐된 공간으로의 피신도 지쳐갈 무렵 푸른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노아가 비둘기를 날려보내며 홍수의 끝남을 확인 하였듯 재빛 하늘을 향해 비둘기를 날리며 다가올 푸른 하늘을 고대하여야 하는 걸까요? 오랜 만에 맞는 청량한 바람과 노을과 푸른 하늘이 주는 감격이 커질 수록 마음 한편의 슬픔 역시 커져 갑니다. 日常의 非日常化 非日常의 日常化…

설악산 공룡능선

느낌상으로는 사계절중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계절이 가을이고 가을중에서도 단풍시즌 만큼 짧은 시기가 없을 듯 합니다. 4/4분기는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면서도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여 몸도 마음도 분주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설악산 산행의 D데이인 10월 27일도 단풍시즌으로는 조금 늦은 감이 있고, 단풍철의 설악산은 등산객으로 인산인해가 되기에 피해야 한다는 여론, 더더군다나 주말은 고려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나, 인생의…